보다

[브루탈리스트 The Brutalist] 2025. 02. 12 개봉/ 인터미션 15분 / 러닝타임 3시간 35분/ 꼭 영화관에서 / 강추🥹👍

soosideas1222 2025. 2. 10.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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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탈리스트

올해 연초부터 영화관에서 좋은 영화를 보고
달려왔다
강추강추👍

기념비적인 영화에 상까지 수상??
거기에 이동진의 언택트톡이라니
당장 예매 갈겨

사실 영화 시작 시간만 보고
몇 시간짜리 영화인지도 모르고 예매했다고 한다

영화표에도 시간이 명시되어 있지만
무려 5시갆ㅎㅎㅎㅎㅎ

그치만 시간 가는지 모르고 집중했던 시간이었다
(나에게 아직 이런 집중력이 남아있었다니)


브래디 코베 감독은 사진으로 봐도 엄청 젊어 보였다
프로필은 보니 1988년생
심지어 미스테리어스 스킨에서 브라이언역으로 출연한 경력도 있다

뮤지컬도 아니고 영화에 인터미션이라니 신기하다

인터미션이 있다는 안내문을 보고
극장으로 들어갔다
영화는 시간 가는지 모르고 흥미롭게 진행되었고
러닝타임이 길다는 거를 아니까
오히려 맘이 놓였다

앞에서 서사를 엄청 잘 쌓고 있는
이야기가 끝날시간이 가까워져 오면
흐름 다 깨고 갑자기 뚝 끊기면서 열린 결말~~~~
이러면서 끝나서 허무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
오히려 아직 중반도 안되었다 하면서
편안하게 볼 수 있었다

물론 처음 취조받는 듯한 장면으로 시작해서
언택트톡이라 앞자리라서 그런지 모르지만
내가 차아래에 묶여있는 상태로
차가 달리는 듯했다.
도로를 달리는 차의 속도감이 느껴지면서
얼굴이 갈릴까 봐
등을 곧추세우고 긴장하며 보기 시작했다
ㅎㅎㅎㅎ
나치 관련해서 시대상을 짐작할 수 있기에
전체적으로 불안함을 가지고 영화를 봤다.

총 다섯시간의 일정ㅎㅎ

제1막 도착의 수수께끼

어둠 속에서
대충 이것저것 챙겨서 나온
주인공이 본 것은
뉴욕 여신상
여기서 약간 마음이 놓였었다

아 가스방이나 수용소는 아니구나

그런데 여신상은 뒤집어지거나 옆으로 뉘어있을 뿐
바르게 서있는 모습을 보여주진 않는다
주인공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처럼

밴 뷰런을 만나게 되는 계기가 되는 서재 리모델링

햇살 미쳤다
햇빛에 책들이 바래는 것은 막으면서
차르르르 열리는 책장들
그리고 천장을 씌운 돔

워너비 서재다

어렸을 때 햇빛에 책 읽다가
햇빛에 눈이 상해서
검은 화면처럼 잔상이 시야를 가려서
앞이 잘 안 보였던 경험이 있다. 바보
이제 절대로 쌩 햇볕에서는 책을 읽지 않는다
눈은 소중해

사진에는 없지만
중간에는
라즐로 토스가 디자인한 거의 누워있는 경사의
의자가 놓인다
디자인 예쁘다

이동진 평론가가 사고 싶다고 하셔서 빵 터짐
언젠가 책 읽을 때 눕는 의자 디자인 하시면
공개해 주세요
다 따라 하고 싶은 것
이동진 님이 하시면 다 좋아 보여요


화면이 이쁘다
청량하고 청춘 같은 느낌
라즐로가
본인의 역량을 맘껏 펼칠 수 있도록
온 세상이 도와주는 시기


인터미션에는
아내와 조카를 데려올 수 있게
가족임을 증명할 수 있는
결혼식 사진이 나온다

아내와 조카를 기다리는 주인공 라즐로가 된 기분으로
인터미션 시간을 보냈다

감독이 정말 똑똑한 거 같다
등장인물의 기분을 느끼게 해 주다니



제2막 아름다움의 견고한 본질

애틋함도 잠깐

이 이후가 지나면
일련의 과정들은 그에게 등을 돌린다

이탈리아에 대리석을 찾으러 간 둘
시간이 많이 흘렀다

여기서 일어나는 일도 충격적이고
밴 뷰런이 정말 입체적인 사람임을 알 수 있는 부분

본인 스스로 성공한 사람인 것을 알고 있음에도
타고난 재능을 가진 라즐로에 대한 열등감이 폭발한다

그렇게 하면
재능 있는 사람을 밟고 자신이 위에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나?
(앞의 식사장면도 그렇고 남을 무시하면서도
열등감으로 똘똘 뭉쳐진 모습이 삐져 나온다)

자기는 없는 재능을 가져놓고
스스로 파멸해 가는 모습이
화가 난 걸까?
뭐 결국 자기 자신한테 내는 성질 같았다

입체적인 사람이라
내 모습이 보이고
저렇게는 살지 말아야지 하는 상이 보이기도 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군요

밴 뷰런이 사라져
건물 안으로 찾으러 가면서
빛에 의해 대리석 위에 십자가 생기는 것을 보여주고
카메라는 하늘을 향한다

십자가가 앉은 대리석은
시리게 파란 빛깔이었고
노란빛의 십자가를 평화스럽게 보여줬다
카메라의 시선을 따라가면
라즐로가 가장 원했던
자유를 표현하는 하늘을 향한 창이 보였다
슬픈 기분이 들었다

https://youtu.be/pll-h5 MjT1 Q? si=WS1 VhmNrgUkSJVGJ


+)
브루탈리스트라는 제목은
브루탈리즘이라는 건축양식을 뜻하는 거였다

brutal 잔혹한 악랄한
이 뜻이랑 관련 있는지 알았지 나는

채플 예배당을 짓는다고 했을 때
안도 타다오의 빛의 교회가 생각났다

안도 타다오 빛의 교회

그리고 안도 타다오의 인터뷰를 보니
르 코르뷔지에의 책을 읽고 건축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했다

바로 르 코르뷔지에가 사용한 프랑스 용어인 béton brut(가공되지 않은 콘크리트)에서 브루탈리즘이 유래되었다.

라즐로는
철강, 콘크리트, 대리석
이 세 가지 요소를 주로 하여 밴 뷰런 인스티튜트를 만든다
설명 들으니까 아주 친절한 영화네요

에필로그에서는
라즐로가 결국 완성한
건물을 설명해 준다
조카의 입으로

처음에는 취조당하는 듯한(?) 장면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는데…

조피아로 시작해서 조피아로 끝나는 건
라즐로의 인생을 조피아가 설명해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아
어딘가에 속하고자 하는 이들의 인생관을 공유하며
라즐로가 살았을 수도 있는 삶을 조피아가 보여줬고
라즐로가 조피아이고 조피아가 라즐로였다

노출된 콘크리트
좁은 방
그에 비해 엄청 높은 천장들
인스티튜트 건물은 라즐로의 인생 그 자체
라즐로와 동시대를 살아간 사람들
어쩌면
핍박받고 고통받는 현대 사회의 사람들의 인생도
설명해 줄 것 같다

그래서 2막과 에필로그 사이의
등장인물의 인생을 빈칸으로 남겨놓았나 보다
누구나 그 빈칸에 들어갈 수 있기에

마지막까지
힘 있는 영화였고
의미 있는 5시간이었다

++)
브루탈리스트에 관한 한겨레 기사 첨부합니다
잘 설명되어있어서
나중에 영화내용 기억안나면 되짚어봐야징 ㅎㅎ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181651.html

‘15분 인터미션’ 둔 215분 영화…이유 있는 멈춤 ‘브루탈리스트’

브루탈리즘. ‘날것 그대로의 콘크리트’(Béton brut)라는 어원이 말해주듯 장식적 요소는 철저히 배제된 채 거대한 시멘트 덩어리처럼 느껴지는 육중함과 단단함, 어떤 공격에도 무너지지 않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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